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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장 인생은 계속된다 제1화 실연 본문
제1 장 인생은 계속된다
제1화 실연
마을로 돌아가자.
더 이상 낯선 도시에서 살고 싶지 않다. 해야 할 일도 모두 했고, 역할은 완수했다. 마을로 돌아가자, 나무를 몇 그루인가 베어 쓰러뜨리고, 집에서 책을 읽는 그런 나날로 돌아가자. 그러고 보니 읽지 앉은 책이 있었던가. 그건 여행 도중에 그녀에게 빼앗겼고, 결국 야영때 땔감의 보탬으로 되지 않았던가. 생각해 내는건 그만두자. 돌아가자.
가에우스에게 파티 해산을 전하려고, 숙소를 나왔다. 숙소의 실내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는 생각이 든다. 티티일려나. 아픈 직후니까 걱정해 주는 걸까. 고맙지만, 불필요한 참견이야.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싶어.
가에우스는 은의 마정에 있었다. 우리들이 늘 가는 술집이다. 테이블에 푹 엎드려, 자고 있겠지. 내가 들어왔을 때 매우 소란스럽게 울린 벨 소리에도 깨닫지 못했다. 아직 대낮이지만, 빈 잔은 팍하며 보자 조각조각 부셔져 있었다.
「가에우스, 할 말이 있다」
내가 말을 걸자, 바로 뛰며 일어났다. 곱슬이 강한 금발이 여기저기 깃털처럼 있고, 얼굴은 수염이 덥수룩하다. 하지만 눈은 잠에 취했단 느낌은 없고, 빛나고 있다.
「늦었잖아 로쟈! 언제까지 기다리게 하는거야! 다음 마도사는 발견했냐? 이제 찾지 않아라도 괜찮아, 세 명으로 충분해, 아가씨도 투기회가 끝났으니까, 돌아갈거지? 자 가자! 여기는 이미 몸이 너무 무뎌져서 근질거린다고!」
「기다려 가에우스」
「여기서 가장 가까운건,…흑산양 언덕인가! 저기는 그럴싸한 보물은 없지만, 뭐 쉬면서 새벽에는 딱 좋은겠지! 자! 빨리 아가씨를 불러 와! 가자!」
가에우스가 모험 광이었던 것을 잊고 있었다. 그를 이렇게 오랫동안, 여행과는 먼 생활에 묶어 버리고 있었으니까, 이런 것도 당연한가. 미안함에 한층 더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다.
「이야기를 들어줘」
「뭐야, 꺼림직한 얼굴 하고는. 이제 상처는 나았겠지? 그렇다면 출발이다. 너에게는 쭉 신세를 져 왔으니까, 이따금 지루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교제해 주었지만, 역시 더 이상은 이제 무리야. 스릴 말이야, 여기는 스릴이 너무 없어」
모험의 재개를 자랑인 코가 커지지만, 가에우스게는 평소 상태로 몹시 즐거운 듯 하다. 나도 작정할 수 밖에 없었다.
「가에우스, 이쪽이야말로, 지금까지 정말로 신세를 졌다. 그렇지만 내 모험은 여기까지다」
「……무슨 의미야, 그렇다면」
「나는 마을로 돌아간다. 유리는 「창의 여단」으로 옮기고. 우리들의 파티는 오늘로 해산이다. 정말로, 미안하다」
가에우스의 눈이 위험한 것으로 되어 간다.
「진심으로 말하는거냐, 그거. 아가씨를 지키는게, 너의 삶의 방식인가 아니었나」
목소리가, 지하 감옥에서의 전투 때보다 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가 말하는 대로 살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지만. 그러나 이미 끝난 이야기다.
「미안하다. 그렇지만 이제 끝이다. 내가 지하 감옥에 기어 들어갈 이유는 없어졌다. 가에우스는 모험을 계속하겠지? 굉장한 연줄은 없지만, 신뢰할 수 있는 클랜은 몇개 알고 있으니 거기를 소개--」
가에우스의 눈이 갑자기 빛을 잃었다. 지하 감옥에서 몇번인가 본 눈이다. 마침내 찾아낸 보물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와 같은 눈.
「알았어, 이제 됬어. 흥이 깨졌어. 파티는 오늘로 끝이다. 알았으니까, 이제 돌아가라」
「…미안, 지금까지 정말로」
「빨리 사라져라」
가에우스는 그 뒤로 침묵했다.
「고맙다, 신세졌다」
그 말만 하고 은의 마정을 나왔다.
또, 실망시켜 버렸다. 결국 나는 그 마을에서 나와서는 안됬던걸까. 사람의 기대에 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나.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던 대로의 일반인이고, 나무를 벨 정도의 인간으로, 갑옷을 몸에 두르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건 무리한 이야기, 엉뚱한 이야기였다. 그것을 분명하게 했다고 할 뿐이다.
그런데도 기분은 개운하지 않다. 다르다고 소리 지르고 싶어진다. 내가 나쁘다. 내가 나쁜 걸까? 젠장할. 나는.
「 이제, 출발하나요」
숙소에 돌아와 짐꾸리미를 싸고 있자, 티티가 방까지 왔다. 달려 왔는지, 어깨가 위아래로 뛰고 있다.
「응, 마을로 돌아가려고 생각해」
「마을에? 왜? 아, 몸은 괜찮나요?」
「벌써 완전히 나았어. 여러가지로 고마웠어. 마을에 돌아가는건, 이 근처로 모험을 끝내고, 나무꾼으로 돌아갈까하고 생각해서」
「아니요 굉장한 일을 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서, 저, 유리씨는 어떻게 하나요. 함께 돌아가나요. 그 유리씨가?」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 흠칫 한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
「유리는 다른 클랜에 들어간다고 했어. 그녀는 강하고, 분명 좀 더 먼 곳까지 간다고 생각해. 어쩌면, 「마지막」까지 가 버릴지도 모르지. 그래서 이 세계를 평화롭게 해 버릴지도 모르고」
나는 가능한 한 평정을 가장하며 대답했다. 티티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다. 슬퍼하고 있는 걸까.
「어, 어째서 로지온씨는 돌아가 버리는건가요? 로지온씨라도 갈 수 있어요! 여러분이라면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으니까, 저희를 도와 주었을 때, 여러분은 「창의 여단」같은 것에 지지 않을 정도 강했으니까! 모두 그렇게 말하고 있었는데, 단 네 명으로 왕도를 지켰습니다, 그러니까--」
「티티, 고마워. 그렇지만 이제 내 역할은 끝이야」
티티의 눈은 물기를 띠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렇게 슬퍼하고 있을까.
「역할이 뭔가요! 유리씨가 모험을 계속하고, 먼 곳까지 가버린다면, 로지온씨도 그 근처로--」
「그만해」
나는 이제 듣지도 않고, 차단하듯 말해버렸다. 심장이 격렬하다. 한심했다. 아직 15살도 안 되는 여인숙의 간판 아가씨에게, 애인과 헤어진 것을 전했을 뿐인데, 태연하게 있을 없는 자신이 한심했다.
「……」
티티는 망연해하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 약간 침착해 졌다. 자기보다 당황하는 사람을 보면 냉정하게 된다 라고 하는건 사실이었다. 어쩌면 좋은 감상까지 안을 수 있을 정도로.
「유리에게는 이미 새로운 애인이 있어. 나는 연적에게 지고, 그녀를 지키는 역할도 사라졌고, 혼자 외롭게 시골에 돌아갈 뿐인 이야기야. ……말하면 더 보기 안좋으니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돌아갈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어, 어째서?」
좀 더 훌륭하게, 유리를 좀 더 능숙하게 지킬 수 있다면, 무엇보다 유리의 마음을 더 끌어당기는 사람을 찾아냈기 때문에, 라고는 할 수 없다. 그것을 말하면 한심한 나머지 죽어 버릴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얼마 안되는 허세가 있었던 것 같았다.
「모르지. 소꿉친구조차 제대로 지킬 수 없는 나에게 진저리가 나 버렸을지도. 어쨌든, 나는 이제 갈거야」
짐꾸리기는 얼마 전에 끝나 있었다.
「에, 저, 잠깐 기다려 주세요」
「티티, 지금까지 고마웠어. 너의 덕분에 매일 쾌적하게 보낼 수 있었어. 다시 왕도에 오는 일이 있으면, 꼭 이 숙소를 사용할게」
무엇인가 말하며 바싹 뒤따르는 티티를 무시하며 숙소를 나왔다. 더 이상 유리에 대해 이야기하면, 무섭고 부끄러운 것을 말해버릴 것 같았다.
숙소는 이 왕도 변두리에 있기 때문에, 곧바로 주문이 보였다. 안에서 봐도 변함없는 크기다. 이 도시에 왔을 때는 이런 비참한 기분으로 여기를 떠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여기가 내 모험의 종착점이었던 것 같다. 마을에 돌아가도 이제 있을 곳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마을로 돌아가자」
나는 소꿉친구에게 차이고, 실의로 왕도를 떠난다. 나를 지지하고 있던 인생의 목표도 없어져,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모른다.
그저 마을로 돌아간다는 주눅든 생각뿐이, 내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